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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루시카 - 言って。(말해줘.)

NeLA 2026. 3. 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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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ヨルシカ / n-buna Official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

J-POP 주저리주저리, NeLA입니다.

 

오늘 이야기해 볼 곡은 [요루시카]<言って。(말해줘.)>입니다.

 

 

 

 

1. 현대 일본 대중음악의 새로운 지평과 요루시카의 상징성

 

2017년은 일본 대중음악계, 특히 보컬로이드 문화권에서 파생된 이른바 '넷계 음악'이 주류 시장으로 본격적으로 편입되기 시작한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의 중심에 서 있었던 작곡가 n-buna와 보컬리스트 suis로 구성된 2인조 밴드 요루시카는 단순한 음악적 협업을 넘어, 문학과 음악, 그리고 시각 예술이 결합된 거대한 서사 구조를 구축하며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초기 대표작인 '말해줘.(言って。)'는 2017년 6월 28일 발매된 첫 번째 미니 앨범 '여름풀이 방해를 해'의 수록곡으로 공개되었으며, 공개와 동시에 이들이 추구하는 '상실'과 '기억'이라는 테마를 대중에게 각인시켰습니다.

 

요루시카라는 밴드명은 그들의 음악적 정체성을 관통하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수록곡 '구름과 유령(雲と幽霊)'의 가사 구절인 "이제 밤밖에 잠들지 못하고(夜しかもう眠れずに)"에서 기원하였으며, 이는 낮의 일상과는 격리된 고독한 사유의 시간, 즉 유령과 상실의 감각이 극대화되는 '밤'이라는 시간적 배경을 밴드의 정체성으로 삼았음을 시사합니다.

 

 

言って。(말해줘.)
言って。(말해줘.)

 

 

2. <言って。(말해줘.)>, 제목의 중의성과 다층적 구조

 

<말해줘.>라는 제목의 일본어 표기인 '言って'는 단순한 명령형 이상의 복합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일본어에서 동일한 발음을 지닌 '逝って'는 '세상을 떠나다' 혹은 '죽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는 곡의 주제인 사별과 직결됩니다.

 

이러한 언어적 유희는 n-buna가 즐겨 사용하는 문학적 장치로, 청자에게 표면적인 '요구(言って)'와 이면에 숨겨진 '상실(逝って)'을 동시에 전달하는 효과를 거둡니다.

 

화자는 상대가 죽었다는 사실을 이성적으로는 인지하고 있으나, 감정적으로는 여전히 그가 곁에 남아 "내일 10시에 역 승강장에서 만나자"와 같은 말을 해주기를 바라는 '부정'의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言って'라는 반복적인 외침은 결국 도달할 수 없는 대상에게 던지는 공허한 메아리이자, 기억의 파편을 붙잡으려는 필사적인 저항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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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음악적 대조가 만들어낸 인지 부조화

 

<말해줘.>는 경쾌한 멜로디와 비극적인 가사 사이에서 극명한 대조를 보여줍니다. 이 곡은 전반적으로 업템포의 밝은 톤을 유지하지만, 가사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그 내용은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부인하고 애절하게 재회를 갈구하는 슬픈 서사를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음악적 장치는 인지 부조화를 유발합니다. 즐거운 선율에 몸을 맡기던 청자가 가사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 밝은 멜로디는 오히려 화자가 자신의 슬픔을 억누르거나 외면하려는 처절한 노력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는 슬픔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은 감정적 여운을 남기죠. 음악이 진행됨에 따라 간혹 템포가 늦춰지는 구간은 청자가 이러한 멜랑콜리한 주제를 체감하고 반추할 수 있게 만드는 의도적인 '여백'으로 기능합니다.

 

 

말해줘.

 

 

4. 상실의 단계와 일상적 기억의 집착

 

가사의 화자는 요루시카의 곡 중 드물게 여성적 어조인 '와타시'를 사용합니다. 보컬인 suis는 인터뷰에서 이 인칭 대명사가 주는 위태로움과 감성적인 무게감을 언급하며, 노래하는 과정에서 이 인물이 처한 비극적 상황에 깊이 몰입했음을 밝혔습니다.

 

あのね、私実は気付いてるの
있잖아, 나 사실은 눈치채고 있었어

 

忘れてたんだけど
잊고 있었지만

 

もっと、ちゃんと言って
좀 더, 제대로 말해줘

 

 

도입부에서 화자는 "나 사실은 눈치채고 있었어"라고 고백하며 '네가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동시에 "잊고 있었지만", "좀 더, 제대로 말해줘"라고 말하며, 상실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면모를 드러냅니다. 이는 사별 직후의 인간이 겪는 지극히 현실적인 혼란 상태를 묘사한 것입니다.

 

明日十時にホームで待ち合わせとかしよう
내일 10시에 역 승강장에서 만나던가 하자

 

あのね、空が青いのってどうやって伝えればいいんだろうね
있잖아, 하늘이 푸르다는 걸 어떻게 전하면 좋을까

 

 

화자가 상대에게 요구하는 내용은 대단한 사랑의 맹세가 아닙니다. 그저 "내일 10시에 역 승강장에서 만나자"는 식의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약속을 해달라는 것일 뿐입니다.

 

이는 죽음이라는 거대한 비극이 앗아간 것이 단순한 한 사람의 생명이 아니라, 그와 함께했던 무수한 일상의 가능성임을 시사합니다. "하늘이 푸르다는 걸 어떻게 전하면 좋을까"라는 질문 역시, 당연했던 소통의 수단이 파괴된 후의 고립감을 대조를 통해 보여줍니다.

 

牡丹は散っても花だ
모란은 지더라도 꽃이야

夏が去っても追慕は切だ
여름이 가도 추모는 슬픈 일이야

 

 

이 구절은 곡의 핵심적인 비유입니다.

 

모란은 화려하게 피었다가 순식간에 떨어지는 꽃으로, 아름다웠던 생전의 모습과 덧없는 죽음을 상징합니다. 하지만 꽃이 지더라도 그것이 꽃이었음은 변하지 않듯,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흘러도 고인에 대한 그리움은 그 형태를 유지하며 화자의 삶 속에 깊이 박혀 있음을 보여주고 있죠.

 

 

 

5. 잊히지 않는 목소리, 예술이 된 상실

 

요루시카의 <말해줘.>는 단순히 슬픈 노래 한 곡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n-buna의 문학적 작사 기법은 죽음이라는 거대한 실체를 일상의 작은 소품들과 중의적인 단어들 사이에 숨겨두었으며, suis의 목소리는 그 숨겨진 슬픔을 투명하게 드러내어 청자의 마음에 닿게 했습니다.

 

이 곡이 우리에게 주는 궁극적인 위로는 '잊으라'는 강요가 아니라, '잊지 못하는 당신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한다'는 공감에 있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날에 우리가 사랑을 노래할 수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그동안 겪어온 모든 슬픔과 그리움이 결코 헛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말해줘.>는 오늘도 누군가의 밤에 찾아가, 이제는 곁에 없는 이의 목소리가 되어 나지막이 속삭일 것입니다. 하늘이 푸르다는 것, 밤의 구름이 높다는 것, 그리고 당신을 사랑했다는 그 모든 사실들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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