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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OP 주저리주저리, NeLA입니다.
오늘 이야기해 볼 곡은 [King Gnu]의 <백일(白日)>입니다.

1. 고립과 상실이 빚어낸 선율, 백일(白日)
King Gnu의 <백일(白日)>은 드라마 ‘이노센스 원죄변호사’의 주제가 의뢰로부터 탄생했습니다. 드라마의 프로듀서 오기노 테츠히로는 King Gnu에게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반영하는 곡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드라마의 주인공인 변호사 쿠로카와 타쿠는 억울한 누명을 쓴 의뢰인들을 위해 싸우지만, 설령 무죄 판결을 받더라도 사회적 낙인과 가혹한 대중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의뢰인들의 현실에 직면하는 인물입니다. 드라마의 프로듀서는 이러한 인물들이 과거를 딛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기도’의 마음이 담긴 곡을 원했습니다.
King Gnu의 리더이자 작사, 작곡을 전담하는 츠네타 다이키는 이러한 드라마의 맥락을 인간 보편의 고통과 속죄의 정서로 확장시켰습니다. 다만, King Gnu가 드라마 주제가를 담당한다는 사실이 공식 발표되었을 당시만 해도 곡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츠네타 다이키는 드라마 방영 시기에 맞추기 위해 자신의 휴식을 완전히 반납해야 했다고 합니다.

츠네타 다이키는 2019년 새해 연휴 기간 내내 자신의 방에 홀로 틀어박혀 작곡에 매달렸습니다. 당시의 분위기를 그는 ‘어둡고 감정적’이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곡에 반영되어 도입부의 정적과 쓸쓸함이 느껴지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기본적으로 King Gnu의 작업 방식은 츠네타 다이키가 데모를 제작하여 멤버들에게 전달하면, 멤버들이 각자의 해석을 더해 곡을 다듬는 형태라고 합니다. 하지만 <백일(白日)>의 경우 드라마 방영과 발매 일정이 매우 촉박하여 이러한 여유를 가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단 4일 만에 스튜디오에서 즉흥적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백일(白日)>이 단순한 드라마 타이업 곡 이상의 정서적 울림을 주는 이유는 츠네타 다이키의 개인적인 경험이 깊게 투영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2018년, 츠네타 다이키는 고향 친구 두 명을 잇따라 잃는 비극을 겪었다고 합니다. 이 상실의 경험은 그로 하여금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해 깊이 사유하게 만들었으며, 이는 <백일(白日)>의 가사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 의식이 되었습니다.
츠네타 다이키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오랫동안 피해왔던 성묘를 갈 수 있게 된 것은 이 곡 덕분일지도 모른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는 <백일(白日)>이라는 창작물이 작가 본인에게도 치유와 속죄의 과정이었음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개인의 비극과 사회적 메시지가 결합된 배경으로 인해 곡에 다층적인 해석의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2. 가혹한 현실을 받아들이는 법
<백일(白日)>이라는 제목은 ‘밝은 태양’ 또는 ‘대낮’을 뜻하며, 이는 숨겨진 진실이 백일하에 드러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가사 속에서 이 밝은 빛은 구원이라기보다 오히려 화자를 옥죄는 가혹한 현실로 묘사됩니다.
時には誰かを
때로는 누군가를
知らず知らずのうちに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傷つけてしまったり
상처 입혀버리거나
失ったりして初めて
잃어버리거나 해서 비로소
犯した罪を知る
저지른 잘못을 깨달아
도입부의 가사는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한 자각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의 ‘罪’은 법적인 범죄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무의식적으로 행한 가해, 혹은 소중한 사람을 지키지 못한 방관 등 우리가 일상에서 저지르는 모든 도덕적 과오를 포괄합니다.

위 구절에서 화자는 과거로 돌아가 모든 것을 바로잡고 싶어 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냉혹한 진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에 대한 갈망이 현재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역설을 보여줍니다.
降りしきる雪よ
계속해서 세차게 내리는 눈아
全てを包み込んでくれ
모든 것을 덮어 줘
今日だけは
오늘만은
全てを隠してくれ
모든 것을 숨겨 줘
<백일(白日)>의 가사에서 가장 핵심적인 단어는 ‘눈’입니다. 화자는 눈이 계속해서 세차게 내려 세상의 모든 것을 덮어버리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 요청은 중의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죠.
- 은폐 - 자신의 과오와 추악한 현실이 타인의 눈에 띄지 않기를 바라는 도피적 심리를 묘사한 것.
- 정화 - 모든 고통스러운 기억을 백지로 되돌리고 다시 시작하고 싶은 염원을 묘사한 것.
하지만 화자는 이러한 요청을 하면서도 '오늘만은'이라는 시간의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이는 화자도 도피나 망각의 영원성을 믿지 않으며, 결국 다시 ‘백일’의 밝은 빛 아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真っ新に生まれ変わって
완전히 새롭게 다시 태어나서
人生一から始めようが
인생을 처음부터 시작하려 해도
へばりついて離れない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
地続きの今を歩いていくんだ
이어진 지금을 걷고 있는 거야
이 구절에서 불교적 윤회나 재생의 개념을 빌려오면서도, 결국 인간은 자신의 과거로부터 결코 완전히 분리될 수 없다는 실존적 한계를 지적합니다.
<백일(白日)>은 과거의 '죄'와 '상실'로부터 벗어날 수 없지만, 숨거나 잊고 싶어하는 마음을 절절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 또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혹한 현실이더라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King Gnu는 노래합니다.
3. 영원한 현재를 걷는 이들을 향한 위로
King Gnu의 <백일(白日)>은 촉박한 제작 일정과 친구들의 죽음이라는 가혹한 배경 속에서 탄생한 곡입니다. 츠네타 다이키는 "무엇이 될 수 있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고, 그 답을 ‘하얀 눈’이라는 정화의 이미지와 ‘연속적인 현재’라는 실존적 수용에서 찾았습니다.
이 곡은 드라마에서 억울한 누명을 쓴 이들을 위한 '기도'의 마음에서 시작되었으나, 결국 우리 모두가 지닌 내면의 어두운 구석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습니다. '새롭게 다시 태어나더라도, 당신은 당신이다'라는 냉혹하지만 진실한 위로는, 과거에 발이 묶인 채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처방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여러분들에게도 힘든 일이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고, 잊고 싶은 기억들. 하지만 외면만 해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과거에 매몰되지 않고 앞으로 또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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